조용하지만 폭발적인 레트리카(Retrica) 신드롬


'주인공은 묵묵히 자기 갈길을 가고, 관객들은 늘 무대 뒤에서 주인공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관객이 한번 되어볼까 합니다. 좋은 이야기건 나쁜 이야기건 뒤에서 주인공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기분은 보통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유쾌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께라도 꼭 알리고 싶고 또 제 블로그에라도 작은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세계를 평정한 작은 유틸리티 앱


스마트폰 앱과 그 앱을 만든 개발자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두고자 합니다. 소개드릴 앱은 우리돈으로 1조원에 페이스북에 인수됐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사진앱입니다. 레트리카(Retrica)라고 부르고요. 필터가 예뻐서 전세계 10대~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서비스 자체를 영문으로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글로벌에서 성공해서 외화벌이를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뒤늦게 유행이 되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에 김새론양, 비스트의 이기광군을 비롯해서 몇몇 연예인분들이 즐겨 쓰는 셀카앱으로 바이럴이 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유틸리티 앱 순위 <출처:앱애니>

iOS와 안드로이드 양진영 합산, 지구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유틸리티 애플리케이션 순위입니다. 출처는 '앱애니닷컴'이구요. 쟁쟁한 회사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들 입니다. 올 여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앱 순위에 떡하니 태극기가 꽂혀 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말하는 '국뽕'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운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더 자랑스러운건 친한 형이 혼자서 만든 앱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개발과 운영 규모가 커져서 팀을 빌드하고 있습니다.)

몇개 지표



Retrica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 입니다. 현재는 233만 건 정도고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애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30만 건 입니다.


iOS 시장에서 200여개가 넘는 나라들을 이미 한번씩 돌아가면서 평정한 상태입니다. 예전엔 랭킹 1위 국가도 많았는데 지금은 랭킹이 조금 내려온 듯 싶네요.


안드로이드 시장은 지금 막 진출해서 랭킹을 올려가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의 검색량을 훌쩍 앞질렀습니다. 심지어 카카오톡의 리즈 시절 검색량보다 더 많은 검색 쿼리를 내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검색결과는 1,110만건. 아이폰으로만 서비스할 때는 'retrica for android'라는 검색어가 거의 폭주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DaU는 최근 1,500만까지도 찍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레트리카도 팀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이 어마어마한 성과들을 1인 개발자가 혼자서 해냈다는게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일반 기업체에서 저 정도 퍼포먼스를 내려면 몇명의 기획/개발/마케팅 인력과 인건비가 들어갈지 상상도 안되는군요.

과감한 도전


이 형은 총각 시절에 저랑 원룸에서 함께 동거한 적도 있었죠. 돈이 없어서 저나 형이나 둘다 고생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언제나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형은 사고 방식이 비슷하고 말이 잘 통해서 까칠한 저와도 잘 어울리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꿈도 많고 하고 싶은건 많은데, 회사를 언젠간 그만 둬야 할텐데..'라고 생각만 하는 선후배와 동료들을 숱하게 봤습니다. 그들중 그말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 손에 꼽는 사람 중 한명이 이 레트리카 1인 개발자 형입니다.

사실 회사 잘 다니는 형의 가슴에 불은 활활 타고 있었고 기름을 부은 사람은 저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ㅋㅋ). 지금은 사기꾼으로 전락했지만 부와 삶의 대한 이론 자체는 훌륭했던 로버트 기요사키의 파이프라인 이론을 형에게 침이 튀도록 설파를 했습니다.

형은 이후에 제 이야기에 대부분 동의하며 우리나라 최고 검색엔진 회사를 뛰쳐나와 작은 회사로 잠시 이직한 후 곧바로 퇴사하고 1인 개발자 생활을 시작합니다.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고 설파한 사람은 전데 저보다 훨씬 일찍 독립한게 아이러니입니다. 이 형의 실행력이 저보다 한수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 2년 남짓 있다가 독립을 했네요. 10대 시절 작은 IT 회사 창업 멤버로 참여하고 이후 20대에도 숱하게 작은 회사들을 창업하고 망가뜨리면서 얻었던 삶에 대한 중압감과 공포감이 저를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어쨌든 이형이 맨몸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끝장내고 1인 기업가가 되기로 했을 때는 이미 결혼을 한 몸이었고 갓난 아기도 있었습니다. 형의 과감한 도전은 한동안 시련을 겪은 듯 했습니다. 한동안은 몰골이 좀 안 좋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아기 키우는데는 돈도 많이 들어가니까요. (ㅎㅎ)

그동안은 저도 정신없이 바빠서 옆에서 형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부지런히 여러가지 앱을 출시하는 것을 온라인으로나마 지켜봤습니다.

그 중 레트리카가 터져 준 것 입니다. 레트리카가 글로벌 시장에서 초대박이 난 걸 보면서 짧지 않은 시간 함께 서비스를 만들었었던 동료로서, 또 한집에 같이 살았던 동생으로서 몹시 기뻤습니다.

린 개발(Lean product development)


저와 인생관이 비슷한 형이라 친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도 정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게 몇년전부터 이름이 붙여져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린 개발' 방법론입니다.

린 개발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사실 많은 개발자들이 린 개발 방식을 따랐습니다. 핵심은 '행동과 실행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낭비는 모두 제거한다'입니다.

회사에 속해 있으면 린 개발 옹호론자들은 극심한 피로를 느낍니다. 한명이서 해도 될일을 수십명이 붙어서 처리하고, 5분이면 끝낼 일을 이틀이 걸리도록 처리를 못하고 있고, 그냥 후다닥 두드려서 만들어 내면 될 걸 기획서를 그린다고 엄청난 시간을 잡아 먹습니다.

물론 팀으로 일해야 하는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만 린 개발자들이 조직에 속해있다가 1인 개발자로 독립해서 활약을 하면 조직에 있을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퍼포먼스가 달라집니다.

불필요한 기획서는 필요없죠. 통밥 때려서 '이 정도 마켓 사이즈구나, 이렇게 저렇게 만들면 되겠구나..' 머리로만 구상하고 곧바로 코딩 작업에 들어갑니다. 아는거 모르는거 다 필요없고 일단 만들고 봅니다.

만들면서 배우고, 만들면서 수정하고, 일단 작은 기능이라도 론칭해놓고 이용자 요구에 따라 수정해 나갑니다. 실행이 강력한 무기인 셈입니다. 이 빠른 세상에서 나 혼자 완벽함을 추구하다가 영원히 서비스 론칭을 못할수도 있습니다. 시간과 효율, 공격적인 실행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 입니다. 레트리카도 '린 개발'이라는 강력한 방법론 하에 태어난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1인 개발자 혼자서 처리할 수 없을 만큼 업무량이 폭증하면 그때부터는 팀을 짜고 사람을 채용해야 합니다만 일정 수준의 서비스 까지는 1인 개발자 혼자서 '린 개발'을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풍부한 개발 경험과 잡다한 업무처리 능력 그리고 세상을 읽는 통찰력도 필요합니다.

1인 개발자라고 해서 코딩만 해야하는 건 아니니까요.

마케팅 하지 않는다, 나대지(!) 않는다


스타트업 하시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조금만 성과가 나면 SNS에 자랑을 합니다.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입니다. 엄청 요란하게 자랑합니다. 그리고 인지도가 조금만 생겼다 하면 언론에 등장해서 언론 플레이하기에 바쁜 스타트업 사장님들도 많죠.

마켓에 올려놓은 앱 소개글들을 봐도 마케팅에 혈안이 된 문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최고, 카테고리 1위, 한국 1위, 최초, 최대, 최고....' 뭔 1위랑 최대, 최고는 이렇게 많은건지...

서비스와 회사에 알맹이가 가득 차 있다면 마케팅에 혈안이 될 필요도 없고, 과장된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프로덕트에 온전히 집중을 하고 선택은 소비자가 해주는 것이죠.

마켓에 올라간 레트리카 소개글을 보면 미사여구가 전혀 없습니다. 제목 낚시도 없고, 키워드 낚시 같은 것도 전혀 없습니다. 그냥 제목은 'Retrica' 끝이고 소개글과 이미지도 심플하게 필요한 것만 들어가 있고 SEO 낚시 같은건 안합니다. 그래도 다운로드 숫자는 끝내줍니다. 매니아들도 세계적으로 많습니다. 핵심이 무엇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해외 유력 언론사들이 레트리카에 대해서 소개하긴 했지만 국내 언론사에서 레트리카 측 인터뷰 기사 같은건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보통의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다운로드 10만이나 100만만 넘었어도 신문사에 전화기를 돌려대면서 '우리 이만큼 성공했어요. 인터뷰 좀 시켜주세요.' 하면서 언론 플레이를 했을텐데.. 그와는 대조적 모습입니다.

요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쪽을 보면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들 보다 명문대 학위가 있는 사람들이 득세를 하고, 또 그런 사람들 중 혼신의 힘을 다해서 회사를 키울 생각을 하기 보다는 'VC한테 투자 받고, 언플해서 인지도 키운후에 EXIT해서 목돈이나 챙기자' 하는 마인드의 사장님들이 많이 보입니다. 전부 그렇다는게 아니라 자주 그런 분들이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위 말해 나대는거(!)나 언론플레이, 창업한 회사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EXIT 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각자 갈 길이 다르고, 전략이 다르고, 비전이 다른 점은 인정합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은 창업가의 진심과 비지니스 본질에 집중하는 몰입의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이래저래 떠들지도 않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레트리카의 돌풍. 이게 더 멋있지 않나요?

굉장한 시대에 사는 우리


산업 시대에서 서비스업 시대로 넘어오면서 매뉴얼이 체계화 된 맥도널드의 근로자 1명은 산업 시대 근로자 40명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중구난방 일 하는 것 보다는 체계적인 매뉴얼대로 일하는 것이 효율이 높은건 당연합니다.

서비스업 시대에서 다시 정보와 정신 노동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프로그래머 1명은 산업 시대 근로자 수천명, 역량에 따라 수만명이나 수백만명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합니다.

레트리카의 성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실제로 그게 가능한 시대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머리에 있는 지식과 손가락만 있으면 전세계 수억명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신 노동의 시대입니다.

제가 발을 걸치고 있는 또 다른 분야인 금융 분야에서도 정신 노동인 주식 투자 행위만으로 일가를 이룬 형님들이 있습니다.

가방에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지구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고, 일 하고 싶을 때 일 할 수 있으며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부가적으로 막대한 돈도 벌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굉장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행운아입니다.

오늘은 관객의 입장에서 주인공 이야기를 조금 써 봤습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4년 9월 2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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