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도서관의 우산 도둑


여름으로 진입 중이다. 가뭄 해갈을 재촉하는 비가 자주 온다. 다행이다. 어제도 비가 많이 왔다. 그런데 어제 내린 비는 우리 집 식구들에게는 꽤 아픈 비였다.

소희는 암사도서관 유아도서실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주 데려간다. 오전에는 내가 자주 데려가는데 어제는 와이프가 데려갔다. 책이 젖으면 안되므로 도서관 입구 우산 꽂이에 우산을 보관하고 입장한다. 당연한 규칙이다. 유아도서관은 어린이자료실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있다. 소희가 특별히 좋아하므로 어제도 와이프는 소희와 거기서 시간을 보냈나 보다.

한참을 놀다 나오니 우산이 없어졌단다. 소희와 와이프는 비를 흠뻑 맞으면서 귀가했다고 한다. 그 연락을 받고 암사도서관에 연락해서 CCTV 영상 열람을 요구했다.

CCTV 영상을 보니 우산 도둑은 의외의 사람이었다. 30대 중후반 ~ 40대 초반쯤 되는 아주머니였다. 위층 열람실에서 자연스럽게 내려와서 아무렇지 않은 듯 우산을 채갔다. 그렇다고 차림새가 허름하지도 않았다. 중산층 이상 되는 고급스러운 차림새였다. 와이프와 나는 소위 멘붕에 빠졌다.

우산만이라도 찾고자 했는데 아마도 우산을 못찾을 것 같다. 그 우산 도둑 아주머니는 단지 본인이 비를 맞기 싫어서 우리 우산을 훔친거다. 본인은 비를 피했겠지만 정작 우산 주인들은 비에 젖은 생쥐꼴로 겨우 집에 도착했다.

어쨌든 그러한 목적으로 우산을 훔쳤으니, 그 우산은 자기 집 근처 어디에서 처참하게 버릴것이 분명하다. 들고 다녀봐야 후한만 생길 테니. 속상하다. 흠.. 그런데 CCTV가 돌아간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나보다.

고급스러운 차림새의 아주머니가 단지 본인이 비에 젖기 싫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의 우산을 훔쳐가는 모습은 당분간 못 잊을 것 같다. 세상 참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지만..

나는 장중에 주식 매매를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래서 낮에 소희와 있는 시간이 길다. 그리고 도서관에도 자주 간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 다니면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자주 본다. 아기 엄마들, 취업준비생, 재수생과 같은 사람들이다.

걱정스러운 모습들을 자주 목격한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아기 엄마들은 자기가 있던 자리를 어질러 놓고도 뒷정리를 하지 않고 자리를 뜬다. 만나기만 하면 이것저것 자랑하기 바쁘고, 여러 가지 신경전에 온 정신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재미있다. 누가 학원을 더 많이 보내느냐 하는 의미 없는 이야기도 경쟁거리가 된다. 진학할 초등학교 학군에 대해 열띤 토론도 마다 않는다. 그게 무슨의미가 있지?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클까.

도서관에 다니며 공부하는 젊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똑똑한 친구들일것이다. 공부를 하려는 의지들이 있으니. 그런데 '머리에 활자만 많이 밀어 넣으면 뭘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성공부'가 필요한 친구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아기가 지나가는데 유리로 된 두꺼운 문을 자기만 쏙 지나가고 그냥 놓고 가버려 사고 위험까지 몰고가는가 하면, 얼굴에는 웃음이나 여유를 찾기 힘든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일일이 다른 뒷 사람들이 지나가라고 문을 잡아주는 내가 바보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타인의 작은 실수는 곧잘 도서관 운영진에게 고발 형식으로 제출된다. 고발 내용을 보면 책장 넘기는 소리나 연필로 필기하는 소리도 시끄럽다고 한다. 필기도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한다. 이리저리 떠밀려 책상머리에 앉아 있으니 예민한 건 이해하지만 벼슬이 따로 없다는 생각도 든다.

심지어는 청소하는 분에게 '청소따위나 하는게 자랑이냐'하는 이야기도 그 학생들(청년들?)입에서 나온다. 공부도 중요하고 실력도 중요하고 스펙도 중요하지만, 애티튜드가 엉망이라면 모래성 위에 쌓아올린 공든탑일 뿐이다.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인성과 애티튜드는 본인이 공부를 아무리 잘 해도 인생 언젠가 반드시 발목을 잡아 수렁으로 끌어내리는 기폭제가 된다. 그런 인성으로 공부 잘해서 고위 관료가 되면 뭐하나.

아무튼 몇몇 사람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각박한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개인주의가 만연한다고 하지만 인정이 메말라가는 시대상을 보면 여러모로 안타깝다.

2015년 4월 15일
송종식

댓글 8개:

  1.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일이고 우리 일상에서 자주 관찰되는 일입니다. 뒤에 오는 사람을 생각해서 문을 잡고 기다려주면 이어 받아 다시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잡아주면 좋으련만 제 팔아래로 머리숙여 쏙 들어가고 땡큐 한마디없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뒤통수 한대 쎄리갈기고 싶은 욕망을 자제하기가 어려워 굳이 쓴소리라도 한 마디 합니다. 그러면 옆에 있던 우리 마눌님의 눈꼬리가 올라가며 쏘아부칩니다. 왜 쓸데없이 가르치려하냐고? 당신이 그 학생의 부모냐고?
    저의 치유불가한 직업병 인가 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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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미 아시겠지만 최악의 강력 범죄율을 자랑하던 뉴욕이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경범죄 단속을 늘리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길거리에 낙서하는 사람, 방뇨하는 사람, 쓰레기 버리는 사람을 단속했더니 강력범죄도 줄어들고 뉴욕은 범죄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났습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알려진 이야기인데요.

      최근 우리나라도 경범죄? 혹은 기초질서를 무시하는 사례가 주변에서 많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침 뱉는 사람, 길에서 담배를 태우는 사람,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람.. 이렇게 가다가는 강력범죄도 늘고, 사회 전체적으로 부패한 냄새가 진동을 하지 않을까 우려 됩니다.

      물론 글쓴이님과 마찬가지로 저희 와이프도 '니나 잘해'라고 말하기 때문에 일단은 저부터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PS : 그런데 직업이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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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TTITUDE IS EVERYTHING

    Jerry was the kind of guy you love to hate. He was always in a good mood and always had something positive to say. When someone would ask him how he was doing, he would reply, "If I were any better, I would be twins!"

    He was a unique manager because he had several waiters who had followed him around from restaurant to restaurant. The reason the waiters followed Jerry was because of his attitude. He was a natural motivator. If an employee was having a bad day, Jerry was there telling the employee how to look on the positive side of the situation.

    Seeing this style really made me curious, so one day I went up to Jerry and asked him, "I don't get it! You can't be a positive person all of the time. How do you do it?"

    Jerry replied, "Each morning I wake up and say to myself, Jerry, you have two choices today. You can choose to be in a good mood or you can choose to be in a bad mood.' I choose to be in a good mood. Each time something bad happens, I can choose to be a victim or I can choose to learn from it. I choose to learn from it. Every time someone comes to me complaining, I can choose to accept their complaining or I can point out the positive side of life. I choose the positive side of life."

    "Yeah, right, it's not that easy", I protested.

    "Yes it is," Jerry said. "Life is all about choices. When you cut away all the junk, every situation is a choice. You choose how you react to situations. You choose how people will affect your mood. You choose to be in a good mood or bad mood. The bottom line: It's your choice how you live life."

    I reflected on what Jerry said. Soon thereafter, I left the restaurant industry to start my own business. We lost touch, but often thought about him when I made a choice about life instead of reacting to it.

    Several years later, I heard that Jerry did something you are never supposed to do in a restaurant business: he left the back door open one morning, and was held up at gunpoint by three armed robbers. While trying to open the safe, his hand, shaking from nervousness, slipped off the combination. The robbers panicked and shot him. Luckily, Jerry was found relatively quickly and rushed to the local trauma center.

    After 18 hours of surgery and weeks of intensive care, Jerry was released from the hospital with fragments of the bullets still in his body. I saw Jerry about six months after the accident. When I asked him how he was, he replied, "If I were any better, I'd be twins. Wanna see my scars?"

    I declined to see his wounds, but did ask him what had gone through his mind as the robbery took place. "The first thing that went through my mind was that I should have locked the back door", Jerry replied. "Then, as I lay on the floor, I remembered that I had two choices: I could choose to live, or I could choose to die. I chose to live.

    "Weren't you scared? Did you lose consciousness?", I asked.

    Jerry continued, "The paramedics were great. They kept telling me I was going to be fine. But when they wheeled me into the emergency room and I saw the expressions on the faces of the doctors and nurses, I got really scared. In their eyes, I read, 'He's a dead man'. I knew I needed to take action."

    "What did you do?", I asked.

    "Well, there was a big, burly nurse shouting questions at me", said Jerry. She asked if I was allergic to anything. "Yes", I replied. The doctors and nurses stopped working as they waited for my reply... I took a deep breath and yelled, "Bullets!" Over their laughter, I told them, "I am choosing to live. Operate on me as if I am alive, not dead."

    Jerry lived, thanks to the skill of his doctors, but also because of his amazing attitude. I learned from him that every day we have the choice to live fully. Attitude, after all, is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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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리의 태도가 부럽습니다.
      태도는 정말 모든 것입니다. 20대 시절부터 애티튜드는 전부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글도 적극 공감을 합니다.

      우산 하나 잃어버렸다고 제가 너무 징징댄 것 같습니다. 총 맞고도 웃어보이는 제리도 있는데요^^

      스톡데일 패러독스에 빠지지 않는 선에서 제리의 태도를 본 받도록 하겠습니다. 따끔한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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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흉내나 훈련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의 사람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말씀하시고자 하는 메시지는 잘 이해하였습니다. 공유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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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타고난 자질도 분명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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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송종식님 . 홍짱입니다. 글 잘읽었어요.공감합니다. 갈수록 뻔뻔하고 이기적인걸 마치 똑똑하고 쿨한것처럼 인식되는 사회가 되는것 같습니다. 저두 동방예의지국이 왜 이리 되어가는가 싶었는데..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아기때까지는 많은 사랑 특히 엄마의 사랑을 듬뿍받고 자라야 남을 생각할줄 알고 사랑할줄도 아는데 살기힘든 세상속에서 맞벌이등으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부분도 있는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버지가장의 시대에서 이제는 단순히 돈버는 사람으로 되고 자식교육은 다 엄마가 일임하는게 개인적으론 가장 문제라고 봅니다. 엄마는 자식공부만 잘하면 오냐오냐 하고 인성교육이라든지 아들의 친구관계등은 무시하니 무얼 배울까 싶습니다. 애들이 음식점에서 떠들어 어른이 혼내면 왜 남의자식 기죽이냐고 핏대를 세우니 어떻게 남을 배려하면서 자라겠나 싶네요. 저부터 우리 세한이 엄마사랑 듬뿍받게 적어도 5살때까진 늘 엄마랑 친구처럼 지내고 교육도 공부결과보단 과정과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주고 인성공부를 시켜야죠..공부문제에 있어 애가 크다보면 아내랑 의견 충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 그렇게 제 자식부터 바로 키우고 싶네요. 금요일 밤이라 간만에 여유를 갖고 글 남겨 봅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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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편법을 쓰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아둔한 행동입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런 것을 '똑똑한 것'으로 착각하며 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덧붙여 말씀하신대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로 보아 지금 아이들이 자란 세상은 지금 보다 더욱 개인주의가 만연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한국 사람 특유의 인정이 사라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저도 제 딸래미가 인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가정부터 노력을 한다면 조금이라도 세상이 바뀌는데 일조할 수 있겠지요.

      자주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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