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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5일 금요일

TP에 대한 코멘트

최근에 TP(목표가) 설정과 관련한 질문들이 있어서 커뮤니티에 글을 남깁니다.


1)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사람의 이야기도 맞는 것 같고, 저 사람의 이야기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투자 방법론과 철학은 다양하다는 방증입니다. 그 안에서 내 몸에 맞고, 필요한 것들만 쏙쏙 빼서 내 것으로 만들면 됩니다. 다만, '겸손한 사람의 이야기를 평가절하 해서 듣지 말 것', '지나치게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맹신하지 말 것', '남의 이야기에 팔랑거리지 말 것' 정도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 며칠 전 멤버십 라이브에서 말씀드렸듯이 삶을 대할 때, 이분법적인 것을 싫어합니다. 어느 분야든 무림최고수는 강하고 딱딱함을 추구하며 어느 하나의 기술에 매몰된 사람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좋은 건 수용할 줄 아는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입니다. 저는 회사의 근본은 돈을 잘 버는 것이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치투자 베이스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투자만이 최고의 투자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촉매를 찾는 트레이더나, 추세를 좇는 추세추종가들로 부터도 좋은 점은 배우고 취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림최고수가 되고 싶습니다.

3) '나는 TP를 사용해', '나는 안해', '나는 PER를 안 봐', '나는 PER를 봐'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실로 위험합니다. 때에 따라서 TP를 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PER를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습니다. PER를 보더라도 당연히 PER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참고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인 것이죠. 그것만 맹신해서도 안됩니다.

4) TP를 좀 중점적으로 보면서 트레이딩을 하는 기업도 있을 수 있고, TP를 희미하게 여기면서 기업과 동행하는 투자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기업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지 천편일률적으로 '나는 TP를 무조건 맹신한다', '나는 TP를 사용하지 않는다' 단언하는 것은 좋은습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5) TP는 가격의 어느 한 지점이 아닙니다. 밸류에이션을 하다보면 내 가슴속에 ‘이 회사는 이 정도면 성장의 정점을 찍겠구나', ‘이 정도면 적정한 수준의 시총이겠구나', ‘이 정도면 내가 살만한 가격이겠구나' 싶은 가격의 밴드가 생깁니다. 그 희미한 ‘밴드보다 확실히 싼가?’, ‘확실히 비싼가?’ 이런 것들을 판단하는 것이지, 콕 찍어서 ‘이 회사의 TP는 14,425원 이니까 그 가격을 사수한다!’ 이런 개념은 아닙니다.

6) 내외부의 상황을 무시하고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면 TP의 개념은 희미해집니다. 이런 회사는 성장이 멈출 때 까지 보유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 회사가 언제쯤 성장을 멈출지, 그리고 그때쯤이면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얼마쯤 되는 것이 맞을지를 판단은 해두어야 합니다. 지금 시총 3000억 짜리 회사를 투자하는데, 이 회사가 영위하는 시장이 얼마쯤 커지고, 시장을 이 회사가 얼마나 장악할지 판단해서 목표 시총을 30조로 설정했다면 이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은 보유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설정한 시총 30조가 일종의 TP가 되는 것입니다. 아주 희미한 TP일 것입니다. 그러나 경영환경은 순식간에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회사와 산업에 대한 팔로업을 하는 것입니다.

7) 앞의 6번 상황의 맹점은 ‘분기실적이나 연간실적이 삐끗해도 홀딩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믿음'이라는 개념이며, 여기서 믿음을 공고히 하는 것은 다시 ‘가치평가'이고 그 결과물로 얻어지는 TP(희미하나마)입니다. 성장이 멈출 때 까지 보유한다는 개념이 사실 실행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이고, 제가 그래서 필립피셔와 워런버핏을 좋아합니다.

8)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회사지만 일시적으로 너무 싸지거나, 일시적으로 강력한 상승 촉매나 모멘텀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TP의 역할이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이런 회사들과 동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TP를 기준으로 미련없이 매도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주가가 더 오르든 말든 그것은 과감하게 잊어야 됩니다. 

2022년 2월 11일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재한 글
송종식 드림


2015년 9월 22일 화요일

현금흐름할인류의 밸류에이션 툴에 대해..

DDM, DCF, RIM과 같은 밸류에이션 방법들은 배당이든, 주주에게  귀속되는 현금이든, 잔여이익이든 모두 주주에게 직접 관련된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하여 할인하는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 역시 한때는 워런버핏을 따라하겠답시고 이런류의 밸류에이션에 목을 매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쓴웃음이 난다. 인간의 미래란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힘들다. 특히 여러 사람들이 모여 세상과 유기적으로 엮여 돌아가는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보는게 맞겠다. 어쩌다 몇번 고장난 시계가 두번 정도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가 어렵다. 대외 변수 변동에 취약하고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 겸 동반자도 나타났다. 비지니스의 생명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고, 기술 혁신으로 어떤 사업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는 아무도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시대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그 기업의 2년 후, 5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주식 투자를 하면서, 그것도 개인투자자가 기업의 밸류에이션 툴을 DCF나 RIM과 같은 류의 현금흐름할인 방식을 쓴다면 과연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적정가에 대한 종교적 가치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래 10년치의 현금흐름을 예측해서 할인하고, 심지어 영구적인 현금흐름의 가치를 추정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말도 안되는 일을 하였구나.'하는 생각을 들게한다.

이런류의 툴이 통하려면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1) 기업이 속한 국가의 군사력,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가?
2) 기업의 브랜드가치와 영업적 해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력한가?
3)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업황은 변동성이 적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4) 투자자는 그 어떤 중간중간의 작은 휩쏘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는가?

그나마 이 정도가 돼야 DCF, RIM 등의 툴을 적용해 볼만하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받쳐줘도 DCF는 미래의 추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주식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투자자의 추정'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추정은 틀리게 마련이다.

추정이 현실과 더욱 크게 틀리게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추정에 필요한 변수가 많아지고,
2) 추정을 하는 미래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DCF나 RIM은 추정 기간이 길 수밖에 없고, 중간에 어떤 변수에 의해서 적정주가는 심하게 왜곡된다. 중요 팩터의 변수값을 살짝만 조정해도 목표가가 크게 변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것이다. 이것을 내 입맛대로, 구색대로 하다가는 큰 낭패를 본다. 사실 DCF나 RIM은 사칙연산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툴이지만, 그 이면에 내재된 여러가지 변수에 대한 사용 기술, 철저한 기업의 질적 분석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용이 매우 까다로운 툴이다


그리고 또 문제가, COE나 CAPM, WACC과  같은 도구들은 상아탑에서나 유용하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유용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암튼, 추정에 필요한 변수는 최대한 줄이는 심플한 투자, 추정 기간은 본인이 내다보는 선에서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되려 개인투자자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에 굴리는 자금 규모가 크고, 내다보는 안목이 길다면 그 사람은 어느 정도 트레이더에서 인베스터로 진화중인 사람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고 그나마 워런버핏의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시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현금흐름할인방식의 밸류에이션 도구를 아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에게 있어서 그 툴은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툴임에는 분명하고 유용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한국이 처한 경제 환경과 그런 환경에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과연 저런 툴을 이용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에 의문을 다는 것이다.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했으며, 회계 법인에서 일했던 회계사 친구(4대 펌에 있다가 지금은 VC로 이직). 주식 투자로도 곧잘 수익을 내는 그 친구가 한말이 생각난다.

"밸류에이션이요? 1년치 예상 EPS에 주고 싶은 PER 퉁 때리는게 그나마 제일 정확해요." 농담삼아 던진 말이지만 깊이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2015년 9월 22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