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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통찰 vs. 상식)

사진 : 유튜브 '인문학 TV 고경'님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 일반적인 견문,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상식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정의다. 이 정도면 깔끔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통찰(인사이트)도 상식과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앞선 정의 중 단 하나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상식과 통찰을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통찰을 현재시점과 미래시점으로 나누어 보고 싶다. 

현재 시점의 통찰은 '사물과 상황의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능력이다. 미래 시점의 통찰은 남들보다 눈과 귀가 밝아서 좀 더 미래를 잘 내다 볼 줄 아는 능력이다.

많은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이야기는 현재 시점에서의 '상식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통찰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인사이트가 담긴 이야기 중 어떤 것은 많은 비난, 조롱, 멸시, 무시를 동원하기도 한다. 특히, 이면을 정확하게 꿰뚫어 봐야만 이해를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구성원 대부분으로부터 비난, 조롱, 멸시, 무시를 당하는 주장이 먼 훗날 언젠가 현실이 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주장한 사람을 우리는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번은 맞다. 어떤 난무하는 주장 중 몇개는 실제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통찰이 지속해서 시현된다면 그 사람을 우리는 '통찰력 있는 사람', '현자'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뛰어난 전략가, 인사이트 있는 의사 결정자에게 왜 조롱을 던지는가. 대부분의 범인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 있다. 우리 세상은 수면 아래에서 돌아가는 엔진,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로 많다. 그리고 그 힘도 어마어마하다.

그것은 왜 그런가? 간단한 인간관계만 참고해 봐도 이 부분을 이해하기 쉽다. 인간은 자신의 모든 것을 꺼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 굳이 우리 사생활 모든 것을 남에게 꺼내놓지 않는다. 그것이 모여 세상의 거대한 '이면'이 된다.

카메라에 노출된 정치인의 언행 보다, 카메라 뒤편 술자리에서 오가는 정치인들의 거래가 실제 세상을 움직인다. 언론 보도자료로 나타난 기업의 말과 글보다, 회장과 의사 결정자 측근에서 오가는 적나라한 이야기가 그 회사 힘의 실체이며 진실이다.

세상은 평화롭게 돌아가는 듯 하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남들에게 말 못할 고통과 근심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보는 남녀 상당수는 불륜 커플이다(불륜자 통계 636만 명, 2015년 서울신문). 겉으로 쉬쉬하고 '나는 깨끗한 척' 비난하는 껍데기는 그냥 눈에 보이는 단편일 뿐이다. 되레 그런 사람들이 더 호박씨를 까고 뒤로는 애인 하나쯤 두고 있는 것이 '이면'이다.

우리가 투자나 사업으로 성공을 하려면 반드시 이면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이는 결국 통찰력 보유의 여부로 귀결된다.

만약 인사이트가 없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상식적이면 된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야 하므로 그것이 이면에서 돌아가는 힘보다 확실하고 강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상식적인 의사 결정의 뒤에는 반드시 엉덩이의 힘이 뒤따라야 한다. 

상식은 이미 남들도 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세에 반영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시간의 힘을 빌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에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극히 상식적인 힘으로만 투자를 하려면 엉덩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범인들은 10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얘가 그려 놓은 설계도의 극히 일부조차 이해 못함. 무엇보다 자기는 세상에 기여하는 것도 일절 없으면서 남이 하는 일에 죄다 토달고 조롱하는 인간들이 잘 사는 건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함. 나보다 압도적으로 잘 사는 사람을 상대로 뒷다리 잡을 시간에 '마 내 앞가림이나 잘 하자'. 몇 글자 쓰고, 몇 마디 하고 나면 현타는 안 올까?
<자료 : 유튜버 디피>

얼마전에 유튜버 디피가 신사임당 채널을 20억 원 현금을 주고 인수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신사임당은 고점에 매도를 잘 했다.", "신사임당 채널은 조회수를 보니까 망했다.", "디피는 고점에 매수해서 실수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바로 그런 관점이 이면을 볼 줄 모르는 범인들의 관점인 것이다. 이면을 파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과정과 결과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유튜버 디피의 천재적인 전략과 신사임당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알게 되고 깜짝 놀랄 것이다.

제갈량, 사마의, 장량이 왜 역사적인 천재 전략가인가. 당시 사람들은 이해도 하지 못할 전략들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결과들은 모두 어땠나?

잠시 이야기가 겉돌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태도를 경계하자. 이면을 보는 눈을 기르자. 거기서 실력이 벌어진다. 만일, 보이는 대로만 믿는 사람이고, 이면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인내하는 힘을 기르자. 둘 중 하나만 잘 하면 먹고 사는 것은 충분하다.

2022년 12월 15일
송종식


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슈퍼개미와 맥주 한잔, 깊은 밤 투자 이야기

들어가며


투자를 통해서 경제적 자유를 얻으신 분을 만났습니다. 투자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재야고수이십니다. 특히 가치투자를 통해서 상당한 자산을 성취하신 분 입니다.

하늘이 주신 행운인지 그 분에게서 소주 한잔 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유명한 분이 선뜻 연락주셔서 설렜습니다. 그분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고 사당에서 만나 소주가 아닌 맥주를 한 잔 했습니다.

그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슈퍼개미'라는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달리 개인 큰손 투자자분을 줄여서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목에 '슈퍼개미'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아마 이 단어를 쓰면 '검색을 통해서 이 글이 더 많은 분들에게 읽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유명한 분이지만 그분의 성함이나 필명은 밝히지 않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개개인의 사사로운 만남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분은 이제는 세간에 노출 되는 것 보다는 조용히 유유자적 하시길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더욱 익명성을 보장하여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분이 말씀해주신 내용이 너무 좋았습니다. 저만 알고 있는 것 보다는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분들과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투자 철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투자 철학에 대한 부분 그리고 그분의 귀중한 가르침을 잊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기록으로 남겨두면 종종 읽으면서 되새길 수 있을 것 입니다. 모쪼록 방문해주신 여러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글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뻔한 곳에 답이 있다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가 '고급 정보'에 관한 것입니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고급 정보가 많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좋고, 개인투자자는 항상 손실을 본다는 논리입니다. 이 말은 틀린 말입니다. 시장 참여자 중 개인투자자의 수가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손실을 내는 사람도 개인투자자 쪽에서 많은게 상식입니다.

성공한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고급 정보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상식에 의존해 성공한 사례가 많습니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신문 기사가 훌륭한 정보 공급원입니다. DART에 올라오는 전자 공시 자료가 고급 정보입니다. 성공한 투자자들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이런 자료들을 1차적 분석이 아니라 2차적으로 분석하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스나 공시의 사안에 따라 단기 이슈, 중기 이슈 그리고 장기 이슈로 분류하고 회사의 체질을 바꿀만한 것인지를 판단했습니다. 회사에 대한 정보는 3줄짜리 박스 기사로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분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신문 기사등을 잘 활용했다고 합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회사의 IR담당자에게 전화를 걸면됩니다.

세상에 대단한 고급 정보라는 것은 없습니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로 이익을 낼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내 귀에 들어온 고급 정보는 이미 시장에 다 돌고돌아 나에게 도착한 쓰레기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SNS를 통해 찌라시가 빨리 도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고급 정보라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업과 관련한 신문기사, 산업과 관련된 신문 기사, 기업 공시 내용, 공공기관의 통계자료, 재무제표 분석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답은 뻔한곳에 있습니다.


너무 복잡한 것 보단 핵심만 심플하게


쓸데없이 복잡한 분석을 하는 것 보다 회사 이익과 직결된 핵심만 빨리 파악하는 사람이 투자를 잘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가끔 투자를 하기 위해 원가회계 기법, 최신 밸류에이션 금융 기법, 거시적인 지표들과 이런 저런 금융 테크닉을 동원하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과연 투자 수익률도 좋을까요? 꼭 그렇다고 장담하긴 힘들겁니다. 그런 사람들 보다는 핵심을 재빨리 파악하고 핵심 분석 능력이 좋은 사람이 투자를 잘 한다고 합니다.

투입 노동력 대비 수익률도 후자쪽 사람들이 좋을 가능성이 높고 삶도 더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가령 회사 이익의 절반이 날아갈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 다른 자잘한 분석이 필요없습니다. 이 이슈에 집중해야 합니다. 회사 매출 비중에서 80%를 차지하는 제품의 경쟁이 심화돼 매월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면 이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 다른 분석에 힘을 쏟는 것 보다 낫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투자를 잘 영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아주 소홀히하면 시장은 계좌를 파란불로 만들어 줄겁니다.


통찰력


통찰력. 그분이 가장 강조한 단어입니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를 꼽으라면 통찰력이라고 했습니다. 통찰력은 앞의 '핵심만 심플하게'에서 했던 이야기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 합니다.

일단, 묻지마 방치투자로 운 좋게 돈을 번 사람을 제외합시다. 제대로 기업을 분석하고 장기간 포트폴리오 조절을 하면서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 국한해봅시다. 이들 중 성공한 투자자나 슈퍼개미 혹은 재벌로 성장하는 사람 중 소위 명문대 경영학과 교수님은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또는 주식으로 성공한 슈퍼개미 중에는 SKY대학이나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주식시장은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끼리 지적 전쟁을 하는 곳 입니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DCF공식 한 줄, 영어 한 문장 더 잘 아는 사람이 꼭 유리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모르는 것 보단 낫고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맞지만요.)

그 보다는 철저히 통찰력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교를 나온 사람이 통찰력만으로 SKY출신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는 곳이 주식판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의 견해에 따르면 통찰력은 타고 나는 것도 있겠지만 많은 경험과 독서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 말에 대부분 공감합니다. 핵심을 빨리 파악하고 이를 행동으로 빠르게 옮길 수 있으며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 세계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 입니다.


모두 알지만 누구나 누리지 못하는 '복리'


'주식은 %게임이다' 이 문구 또한 이분이 굉장히 강조한 내용입니다. %게임의 위험성은 '잘못되면 한방에 인생이 꼬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 투자자들은 누구보다 복리의 위력을 잘 알고 있고 복리를 실현하기 위해 분주하게 매매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꾸준히 매매를 잘 해서 100억을 만들었는데 한번의 실수로 -50% 수익률을 내면 자그마치 50억원이 사라진다는게 주식의 무서운 점이라고 했습니다. 잃은 50억은 매매를 통해 100%의 수익률을 올려야 복구가 됩니다.

이런 이유로 주식을 사고 팔아서 꾸준히 이익을 누적해 복리를 실현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리고 위험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복리라는 것은 사고 팔아서 내는게 아니라고 합니다. 애초에 좋은 회사를 잘 선택해서 그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투자 자금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복리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금화피에스시, 한국쉘석유, 대한약품과 같은 회사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면 힘들게 주식을 트레이딩 한 사람들보다 훨씬 막강한 복리의 위력을 누렸을 것입니다. 게다가 배당금까지 재투자했다면 복리의 위력이 배가 됐을거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쉘석유를 주당 5만원일때 투자했다면 작년 기준 배당금 2만원을 받으면 한해 배당으로만 투자원금의 40% 가까운 복리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 부분은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가치투자자라면 흔히 하는 생각인데 트레이딩으로는 복리를 실현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다소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투자(Investing) vs 매매(Trading)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매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투자를 한다고 자신을 포장합니다. 심지어 가치투자를 한다는 사람들도 실상은 대부분 투자가 아닌 매매를 하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아직 매매를 하는 실력밖에 안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매매는 나쁘고 투자는 옳다는 뉘앙스로 쓰려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란 철저한 분석에 근거해서 투자 원금의 안정성과 적절한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을 되새겨 봅시다. 투자를 이렇게 통찰력있고 간결하게 표현한 문구가 또 있을까요? 이 철학에 맞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일단 매매자의 사고 방식보다는 투자자의 사고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이분의 투자 경험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듯 찡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가 갈무리 돼 가던 2008년말. 이분은 여성 소비재 관련 주식을 최저가인 1,000원대에서 상당량 잡았다고 했습니다. 이 주식을 매집하기 위해 현지 매장 실사도 부지런히 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움직인 계기는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 여성 소비재 제품을 많이 사간다는 신문지 상의 박스 기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요? 6개월 후 주식을 8,000원대에 전량 매도 했다고 합니다. 입이 떡 벌어집니다. 단기간에 굉장한 성과입니다.

그 분께 굉장한 투자 실적이라고 말했더니 그분은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때의 이익 실현은 운이 작용했다고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분이 강조했던 말은 당시 성공적인 '매매'를 한 것은 맞지만 성공적 '투자'에는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8,000원에 매도한 그 주식은 2년뒤 2만원을 돌파했고 그리고 다시 1년 6개월 뒤에 9만원을 돌파 했습니다. 4년간 100배 남짓 올랐습니다. 게다가 무상증자를 감안하면 수백배 올랐습니다. 만약 그 주식만 홀딩했다면 그 포트폴리오 가치만 100억을 넘었을 거라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매도한 주식이 폭등했다는 점이 아닙니다. 기업의 체질이 변하고 기업의 가치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데 단지 '충분히 수익을 냈다는 이유'로 주식을 매도했던게 실수라는 것 입니다. 그 기업이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영업망을 확장해 세계적인 기업이 된다라고 가정하면 주당 90만원짜리 주식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시세에 연연하면 '매매자'가 되고, 가치에 집중하면 '투자자'가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걸 보면 저도 아직 갈길이 먼가 봅니다.


집중투자와 ROE, PBR


집중투자와 분산투자에 대한 논란은 고수들 사이에서도 끝없는 논쟁거리 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분은 집중투자를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여러 회사를 커버리지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게 이유였습니다. 또 집중투자가 안정성도 높으면서 계좌를 빨리 불려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1~2개 종목에 몰빵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3~5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의견을 줬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PBR이 낮고 ROE가 높은 종목을 선호한다는 팁을 건내줬습니다. 또한 ROE와 같은 지표는 추이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ROE추이는 저도 중시하는 지표입니다. PBR과 ROE를 조합해서 투자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만나면 가르쳐 준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팁을 더 공유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2008 시장대폭락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2,100 포인트를 향해 가던 코스피 지수는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1,600포인트까지 수직하락한 지수는 반등을 조금 하는가 싶더니 1,400 그리고 1,200을 차례로 깨고 내려갔습니다. 버티고 있던 많은 투자자들이 1,400수준에서 주식을 투매했습니다. 지수 1,200이 깨지자 바닥이라면서 다시 주식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수는 이내 1,000을 깨기 시작했고 끝까지 버티던 투자자들 마저 공포감을 못 이기고 주식 투매에 나섰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끝없이 투매를 하는 동안 지수는 892까지 폭락했습니다. 지수 폭락은 1년간 지속됐습니다.

제 기억으로도 이때 많은 투자자들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만났던 이 분은 이때 살아남았습니다. 주식 비중 100% 상태였다고 합니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구경만했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그 분이 했던 행위는 단 하나라고 합니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지수가 892포인트를 찍고 반등하자 손실분은 급격하게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금을 회복한 계좌는 급등을 거듭해서 금융 위기가 지나고 나서는 재산이 되레 많이 불어났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투자자에게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첫째, 바닥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공포감을 이기면 큰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부분입니다. 기업의 개별적 이슈가 아니라 시장 전체 이슈로 하락하는 시기에는 주식을 손절매 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2011년 8월 기존 날짜 오류 정정 2012년 3월에 주식 비중이 100%였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대형주가 줄줄이 대폭락을 했고 제가 가진 중소형 가치주들도 추풍낙엽처럼 폭락했습니다. 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 단기 폭락장이 지나고 이듬해에는 기저효과로 손실분은 물론이고 큰 수익까지 낼 수 있었습니다.

그와 반대 경험으로 올 6월 단기 하락장에서 공포감을 못 이기고 주식들을 손절매 했는데 손절매 하자마자 주식들이 다시 반등하면서 제 자리를 찾아 올라왔습니다. 저의 상실감도 배가 됐습니다.


돈의 한계 효용.. 행복이란?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로 돈을 번 주변의 큰손 투자자를 보면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돈을 보고 다가 오는 사람, 의미 없이 돈을 쓰면서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 모두 행복 보다는 불행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본인도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가가 되면서는 돈을 버는 것 자체에 대한 행복감은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요즘은 금액 그 자체를 불리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떨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 더 기여를 할지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 했습니다. 제 꿈 목록에도 그게 있다고 하니 정말 좋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철학적 사색에 빠져 있다고 했습니다. 제게도 행복은 무엇인가? 투자란 무엇인가?와 같이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던졌는데 짧고도 어려운 질문들 이었습니다.

바칼로레아류 문제나 질문을 좋아해서 집에 오는 길에도 두 질문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생각을 글로 풀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잃으면 안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이 있는 행복을 향유하며 살아갑시다. 투자를 통해서 여러분 모두 행복해 지시길 기원합니다.

2013년 11월 16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