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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9일 수요일

성광벤드의 끝없는 추락, 2008년 금융위기 때 최저점을 갱신하다

피팅(fittings, 관이음쇠) 제조 기업인 성광벤드의 실적과 주가가 박살이 나고 있습니다. 회사의 자세한 소개와 업황 분위기에 대한 부분은 예전에 올려드린 글이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를 잘 모르시는 분들께서는  그 글을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광벤드의 주간 주가 흐름 <출처 : 네이버 금융>

주봉 추세 입니다. 완전한 역배열입니다. 어려운 업황과 회사의 경영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쉴틈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2013년 가을의 최고점 31,500원 대비 75%가 넘는 주가 하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까지 수익률이 -40%를 넘었는데, 다행히 비중을 늘리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 계좌 전체에 타격은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성광벤드의 월간 주가 흐름 <출처 : 네이버 금융>

월간 주가 흐름입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금융시장 붕괴가 최고조에 달하던 2008년 10월의 최저점 7,850원이 오늘 깨졌습니다. 오늘 종가는 7,830원입니다. 주가만 보면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더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런지 몇가지 간략한 지표만 비교를 해 보겠습니다.

2008.10 2015.12
WTI Crude(배럴당) $84.24 $37.51
과거 4개분기 EPS 2,298원 826원
BPS 9,423원 16,167원
수주잔고 956억원 1,200억원
PER 3.41배 9.48배
PBR 0.83배 0.48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의 지표 비교 <자료:송종식, CME, 전자공시>

단순 지표만 몇개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2008년보다 현재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현재 수주잔고는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작년 증권가에서는 2015년 상반기에는 수주 잔고가 다시 증가할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영업 환경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2008년 당시에는 BPS기준으로도 주가가 쌌지만, EPS 기준으로도 주가가 싸서 주가가 위로 튕겨 올라갈 여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유가도 겨울 들어 급락하기는 했지만 다시 회복이 되었구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국제 정치적 문제로 저유가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배럴당 30달러 시대까지 시작되고 있습니다. 수주잔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수주 공백 공포에 늘 우려를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EPS 기준으로 현 주가도 전혀 싸지 않습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 툴을 EPS 상승에 따른 상방에 기대하기 보다는 싸지는 PBR 기준의 하방경직을 보고 조심스럽게 투자를 해야하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PBR도 0.4x대에 진입하였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 PBR이 0.2x 대까지 간다고 하면 용기를 내 볼 구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0.2x대 PBR까지 갈지는 의문입니다.

내년에도 저유가로 인해 영업 환경은 어렵겠지만,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이상 피팅 부품들이 아예 안 쓰일수는 없습니다. 또, 국제 정세 급변동으로 저유가 상황이 언제 갑자기 끝날지도 모르고요. 배는 어쨌든 만들어야 하고, 플랜트도 어쨌든 만들긴 해야할거라 생각합니다. 수주액이 많이 감소는 하더라도 0원이 될수는 없지 않나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또, 지금처럼 앞이 안 보이는 대악재에 짓눌린 종목은 작은 트리거나 모멘텀 하나에도 주가가 급반등 할 여지가 많아집니다. 고성장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다가 작은 실망에 폭락하는 것과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업황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도 사실이고, 시세도 장기간 역배열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큰 실적 회복이나 업황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 않는 이상 주가가 회복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유가와 성광벤드 주가의 상관관계 <출처:네이버 금융>

동사의 주가 흐름과 국제 유가의 흐름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 성광벤드를 분석할때도 말씀드렸지만, 동사의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에너지 가격, 그 중에서도 유가에 달렸습니다.

"국제유가의 하락 -> 조선, 플랜드 발주의 감소 -> 피팅 수요의 감소 -> 동사 실적의 타격" 패턴으로 현재 동사의 상황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유가가 올라줘야 동사의 실적도 좋아지고 주가도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붕괴시키면서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데는 몇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합니다.

1)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붐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하락
:: 미국의 달러 패권 유지 (위안화 대비)
2) 그런 가운데, 산유국간의 M/S 방어와 정치적 공세를 위한 감산 결정의 거부
3) 공급이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의 감소
4)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이유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유가가 오르려면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면서 늘어나거나,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해야 할텐데요.

미국의 가스 Rig수 추이 <출처 : www.bakerhughes.com>

음. 이상하네요. 미국의 경우만 놓고보면 가스를 채취하는 Rig의 개수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앞서서 유가가 하락하는 원인으로 제시한 1)번이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게 되는데요. 다른 자료 하나를 더 구해보았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하루 생산량, 단위 : 10억 세제곱피트/일 <출처:SBS 뉴스, EIA>

미국 EIA자료를 보면 앞서 1) 번이 유가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맞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셰일가스의 생산량이 정말 엄청납니다. 이러니 유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겠네요. 이 두가지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셰일 리그의 개수보다는 실제로 셰일가스의 생산량 자체를 트래킹하는게 더 옳겠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가스의 양을 볼 때, 당분간 생산량을 줄일 생각이 있을까 싶습니다.

채산성 문제로 일부 Rig이 가동했다 안했다 할 수는 있지만 미국은 지금 셰일가스 생산을 정치적,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셰일가스를 계속 퍼올려서, 중동과 러시아 길도 들이고 세계 패권도 유지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 같구요.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성광벤드는 계속 암울할 가능성이 높죠.

원유 생산 단가에 따른 국가별 BEP <출처:한겨레 신문>

각국 BEP를 보면 원유나 가스를 팔아서 먹고 사는 모든 나라들이 현재 재정적자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OPEC 최대 산유국이며 BEP 수준도 낮은축에 들어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올해 예상 재정 적자액은 151조원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GDP의 20% 수준입니다. 사우디는 무세금 정책을 철회하고 세금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디폴트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총 수출액 중 90%가 원유이며 국제 유가 하락으로 화폐 가치는 1/7 수준으로 폭락하고 올해 물가는 159% 상승했습니다.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또 하나의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미국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는 대표적 반미 국가인데요. 러시아 역시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재정 적자 상황을 모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루블화의 가치는 올해들어서 22% 이상 급락하였습니다.

역시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이자 신흥국인 브라질의 경우 헤알화의 가치가 절반 가까이 폭락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원자재를 팔아서 먹고 사는 신흥국들이 국가 부도 사태를 맞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공급자가 줄어서 국제 유가가 오를수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을 몰고 올 수도 있어서, 성광벤드 하나 투자하자고 그런 상황까지 바래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현재 가장 좋은 상황은 미국이 셰일가스의 생산량을 줄이거나 OPEC이 원유 생산 감산에 합의하는 것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와 각 지역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 감산하지 않을 것이고, 사우디 역시 M/S를 유지하고 셰일가스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감산에는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혹시라도 OPEC에서 감산 소식이 뜨면 성광벤드가 상한가로 직행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누구 하나가 죽어나가야 끝날 싸움 같아 보입니다.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들이 죽어나가도 그 후폭풍은 거셀것으로 생각됩니다. 중동에서의 무력 분쟁 증가가 이 추세를 쉽사리 돌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동사에게는 매우 힘든 시간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실적이 꺾이는 추세이지만 적자만 안 내줘도 정말 감사한 상황이죠. 현 상황에서 성광벤드는 PBR을 봐가면서 매우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현금성 자산 현황 <출처:네이버 증권>

동사의 시가총액은 현재 2,000억이 붕괴되기 직전에 있습니다. 반면에 현금성 자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3Q 보고서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은 560억입니다.

유형자산 현황 <출처:네이버 증권>

토지 시세가 아니라 장부가만으로도 1,734억입니다. 현금성 자산 560억과 합하면 2,294억 입니다. 오늘 종가 기준으로 동사 시가총액이 2,239억입니다. 현재 시총은 동사가 보유한 토지 장부가와 현금성 자산보다 쌉니다.

또 눈여겨 볼 부분은 설비, 기계 부분입니다. 합하면 대략 940억 정도 되는 자산인데요, 이걸 온전히 제값을 받고 팔기도 힘들고 감가상각 이슈도 있습니다만, 이 부분이 동사가 보유한 막강한 해자 중 하나입니다. 경쟁사가 동사와 섣불리 경쟁하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프레스 등, 이 설비들 때문입니다. 회사측 의견에 따르면 신규 경쟁자가 동사와 동일한 설비를 구축하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릴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동사는 아직 적자 기업도 아니며, 피팅 분야에서는 확고한 경쟁 우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직 토지와 현금성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돈으로 동사 주식을 매입하면 이러한 동사의 여러가지 경쟁력은 공짜로 가지게 됩니다.

업황은 어둡지만 자산 가치 기준으로는 이제 비로소 싸다고 할 수 있는 구간으로 가격이 내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든 시간이지만 잘 견디고 있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요.

성광벤드 실적 추정 및 밸류에이션, 클릭하면 커집니다 <추정:송종식>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PBR이 0.2배 수준으로 내려오면 비중을 좀 많이 실어보고 싶네요. 유가가 상승하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줄 종목이라서 일단 손절매는 안하고 제몸에 줄줄 흐르는 피를 닦아가면서 잘 보유하고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제 포트폴리오 내에서 최대 손실을 자랑하는 녀석이지만 언젠가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당분간은 많이 힘들겠지만요..

2015년 12월 9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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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는 동사의 주주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