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직장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직장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4년 9월 21일 일요일

tvN 오늘부터 출근?

tvN은 콘텐츠를 참 잘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공중파는 공공재라 넥타이를 매고 점잖은척 해야한다. 반면에 케이블은 공중파에 비해 제약이 적다. 어린 학생들도 알만한 뻔한 이야기를 공중파에서 못하는 부분만 골라다가 시원하게 담아낼 수 있다. 케이블은 알몸에 삼각 팬티만 입은채로 조금 더 인간 본성 그대로를 거침없이 말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공감을 쉽게 얻는다.

감기가 걸렸는지 새벽부터 아기가 울길래 아기를 달래고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잘 만드는 tvN에서 '오늘부터 출근'이라고 하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했나보다. 벌써부터 인기가 뜨겁다.

'다시보기'로 봤는데 로이킴씨, 예원씨, 박준형씨, JK김동욱씨가 회사원이 되면서 겪는 에피소드가 카메라에 담겼다. 출근 첫날은 회사에서 점심도 먹고 카페에서 커피 내기도 하고 그런 장면들이었다.

우리집은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풍비박산이 났다. 처음 내손으로 돈을 번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신문배달이었다. 아르바이트로 한게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했다. 비교적 빨리 내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기 힘들었던 환경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항상 주류이기 보다는 아웃사이더에 속했다. 항상 그랬다. 살면서 다수의 틈바구니에 있어 본 시간이 짧다. 나는 어딜가나 항상 외부에 존재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내 또래들이 틈만 나면 이야기하는 '연봉이 얼마나 오를까?', '승진은 언제할까?', '취업하려면 토익은 몇점 받아야 되지?' 같은 이야기에는 공감을 못했다. 지금도 공감을 못한다.

되려 '사업을 하다가 말아 먹어서 알거지가 돼 길거리를 전전하는 사람'의 이야기나 '자수성가해서 글로벌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것에 더 귀가 열리고 마음도 끌린다. 스스로 생각해도 극단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밥은 굶을지언정 나의 이런 자유영혼을 앞으로도 파괴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월급쟁이를 했었다. 직원 10명 남짓의 소규모 벤처에서 시작했다. 사실 급여는 몇푼 되지도 않았다. 월급을 받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벤처'라고 하는 로켓에 올라타 멋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월급쟁이 생활은 생각지도 않게 7년간이나 계속됐다. 나중에는 몸값을 올려가면서 점점 큰 회사로 옮기게 됐고 어느 덧 나의 사고방식은 육식동물이나 억만장자의 마인드가 아니라 초식동물, 월급 100~200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뼛속까지 직장인이 돼 있었다.

그렇게 사는게 내 인생에 죄짓는 것 같아서 또래 중에서는 나름대로 고액에 속하는 연봉을 버리고 직장을 나왔다. 

사람들은 '그 좋은 회사를 포기하고 나왔냐?'라고 안타까워하지만 나는 회사 복지나 급여 같은건 전혀 아깝지 않다. 회사 복지가 좋다고 회사 건물이 내 소유가 되는 것도 아니고 급여가 많다고 한들 내가 가지고 싶어하는 걸프스트림 바퀴 하나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무엇보다 시간과 월급을 바꾸면 한정된 자원인 자유를 희생해야 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돌아선 곳인데도 tvN의 '오늘부터 출근'에서 팀원들끼리 커피 내기를 하는 장면을 보니, 월급쟁이 생활이 아련하다. 좋은 추억이었다. 딱 내가 저렇게 지냈던 것 같다. 점심시간 기다리고, 점심 먹고 나서는 커피한잔씩 들고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떨고. 사소한 행복이 크게 다가왔던 시기였다. 

그땐 또 그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소소하고 행복했던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예능보다가 혹해서 다시 취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뻔했다(ㅋㅋ)

어찌되었든 우리같은 사람들(?)은 우리만의 갈길이 있고, 직장인은 직장인의 갈길이 있겠지만 모두가 다 행복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새벽에 예능보다가 횡설수설 몇자 끄적여본다.

2014년 9월 21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