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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7일 금요일

고마움 표현하기

사진 : 송종식

살다가 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큰 힘을 들이는 경우가 있다. 혹은 누군가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때도 있다. 내 코가 석 자이지만. 어쨌든 상대에게 호의를 받고도 고마워 하지 않는 사람들이 왕왕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니가 한게 뭔데?', '이게 니가 낸 결과물이야?', '어차피 너 아니었어도 그만'이라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상대에게 리스펙을 바라고 무언가를 한 경우는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런식의 반응이 돌아 오면 맥이 빠진다.

반대로 매번 밝은 에너지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별 것 아닌 것에도 늘상 감사함을 표하는 사람들이다. 꼭 물질적 보답이 아니어도 된다. 말의 힘이 그만큼 쎄다. 말이라도 '고마워' 한마디면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렇다. 아니 세상 누가 안 그렇겠는가? 천하를 쥐고 흔든 황제들도 그랬다는데 뭘.

진부한 자기계발서를 보면 '감사함을 표시하라'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것은 무슨 '우주가 좋은 기운을 끌어 온다느니'하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하늘 아래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연애도 하고, 사업도 하고, 돈도 번다. 하여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고마움을 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작은 열쇠와도 같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서빙해 주시는 분들께, 내 일을 뒤에서 봐 주신 분들께, 시간을 내서 나를 만나러 와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는 늘상 존재한다. 이성에게 친절을 남발하여 여지를 남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절한 감사 표시는 어떤식으로든 나에게 돌아온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지금 이렇게 팔자 좋게 카페에 앉아서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하늘 아래 많은 분들의 희생과 도움 덕이다. 태어난 것 자체가 감사하다.

2023년 2월 17일
송종식


2022년 11월 3일 목요일

정주영 회장님이 MZ친구들에게 날리는 일침 (feat. MBC영웅시대)

Attitude is everything!

자수성가한 사업가, 투자자이거나 혹은 그걸 꿈꾸는 남자들 치고 정주영 회장님이나 이병철 회장님을 워너비로 삼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 드라마는 그 두 영웅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다. 방영 당시 실방으로 부지런히 봤다. 종영 이후에도 여운이 많이 남아 생각이 날 때 마다 찾아보고 용기와 힘을 얻었던 드라마다. 며칠 전 곤조투자가님이 어떤 채팅방에서 이야기를 꺼내서 놀라웠다. 나도 마침 몇달 전 부터 영웅시대를 정주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MBC에서 유튜브에 올려 놓은 조각 영상들 중에서 명언이 담긴 영상들을 공유해 보고 싶어서 이 포스팅을 작성한다. 비록 드라마지만 현실 고증이 비교적 잘 되었고, 사업이나 투자로 성공을 꿈꾸는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한 에너지가 담긴 내용들이다.


이 빈대 에피소드는 아주 유명한 일화다. 정주영이 18살 때 인천 부두에서 막일을 하며 겪은 실화다. 이때는 이미 돈을 벌겠다고 네 번째로 가출을 하였던 시기다.

막일 현장은 숙식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위생상태가 아주 나빴다. 특히 빈대 때문에 잠을 청하기가 매우 곤란했다. 사업을 하면서도 정주영 회장의 이런 면모는 잘 드러나지만 이때도 끼가 있었다. 바닥에서 자면 빈대에게 살을 뜯기므로 밥상에 올라가서 잠을 청했다. 그 방법은 한동안은 통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다시 빈대가 정주영의 살을 물어 뜯기 시작했다. 정주영이 가만히 보니 빈대들이 밥상다리를 타고 올라온 걸로 보였다. 정주영은 다시 꾀를 냈다. 이번에는 밥상다리마다 양동이 그릇을 놓고, 거기에 물을 채웠다.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하면 빈대들은 밥상을 타고 오르지 못할 것이다. 역시 정주영이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웬걸! 잠시 시간이 흐르니 빈대들이 다시 정주영의 몸을 물어 뜯기 시작했다. 정주영은 정말 의아했다. 

'아니 도대체 빈대들이 어떻게 밥상에 올라오는거야??'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하다가 문득 천장을 바라 보았다. 빈대들이 숙소의 벽을 타고 기어올라 천정으로 향한 후, 천정에서 정주영의 몸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본 정주영은 충격을 받았다.

'빈대도 죽을 힘을 다해 머리를 써서 방법을 찾는구나. 그래 경성(서울)으로 가자!'

정주영은 이 일화를 마음 속 깊이 새겼다. 자신 스스로도 교훈으로 삼았지만, 훗날 직원들을 혼낼 때도 의례 "빈대보다 못한놈들! 빈대도 머리를 쓴다!" 하면서 꾸짖었다고 한다.


정주영은 경성에서 막일을 하다가 신당동에 있는 복흥상회라는 쌀가게에 취업한다. 그해 나이 19세였다. 정주영은 이 곳에서도 특유의 성실함과 뛰어난 일머리로 인해 주인의 눈에 든다. 주인 아들이 개차반

정주영이 복흥상회에서 자리를 잡아 갈 즈음 막일판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놀러 온다. 미래에 세계적 부호가 될 정주영과 평범한 친구들의 대화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정주영이 강조하는 '주인의식'에 대해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요즘 일부 MZ 친구들과 함께 일하기가 힘들다는 볼멘소리와 비명이 주변 여기저기서 들린다.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라는 아주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부자가 될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마저도 '받는 만큼도 못하는' 프리라이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조직에서 실제로 돈을 벌어 오는 직원은 극소수이며, 딱 받은 만큼 하는 직원이 그 다음이며, 대부분은 프리라이더이다. 이들은 구조조정 1순위다.

세상사람들은 다 눈이 달려있다. 특히 우리 인생을 바꾸어 줄 자본가와 인생 선배들도 MZ친구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저그런 친구는 그저 그렇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겠지만 선배들의 눈에 띄면 인생이 바뀐다. 세상 모든 일은 사람이 도모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신뢰와 신용을 얻는 것은 중요하다.

MZ친구들에게만 꼰대처럼 잔소리를 해서 미안하다. 사실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나이를 먹고도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남에게 빌어 먹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마인드에 '주인의식'이 없다.

'어차피 주인이 있는 회사인데, 개처럼 굴러봤자 노예 아니냐?'라는 반문이 돌아 올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것과 결이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다니면서 죽어라 열심히 한다고 삼성의 오너가 되지는 못한다. 그러나 혼신의 정성을 담아서 맡은 일을 내 것처럼 한다면 그 업무 중 쌓은 노하우와 철학 등 모든 것이 내 몸에 체득이 된다. 결국 길게 보면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이다.

또한, 그런 모습을 누군가가 지켜 보고 있다가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경우도 아주 많다. 적어도 주인의식 없는 사람이 인생이 잘 풀리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매사 긍정적이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늘 기회를 주었다.

내가 지금 MZ라면 출세하기가 아주 쉬울 것 같다. 또래들이 엉망이니 나는 조금 정신차리고 100을 받으면 120만큼 꾸준히 해주면 그만이다. 얼마나 쉬운가? 아주 선배들과 임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기회를 봐서 내 회사를 만들어서 나갈 때도 다들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까? 이건 비단 급여 생활자 뿐 아니라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도 모두 적용되는 원리다. 당장은 20의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그 20이 유무형의 자산이 되어 나에게로 돌아오는데, 이게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져서 돌아온다. 평판과 입소문은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전파된다.

세상 인심은 아주 고약하다. 100을 받고도 90이나 105 정도를 해주면 사람들은 발길을 끊는다. 늘 경쟁자와 비교 대상이 된다. 그러나 100을 받고 120이나 150정도, 내친김에 200이나 300을 주면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시간이 흐르면 세상인심은 조용히 그를 향하게 된다. 골목에서 튀김 장사를 해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이 가게를 선택하는 기준을 생각해 보면 된다. '받은 만큼만 한다' 이건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다. 사람이 약간은 손해를 보고 살 줄 알아야 된다. 손해보는 것도 기술이다.



정주영은 밤낮으로 성실하게 일했다. 가게를 정말 키워 볼 요량으로 기존의 불합리한 시스템도 개선해 나갔다. 정주영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만들어 해서 했고, 업무량도 늘어났다. 그리고 가게는 날로 번창했다. 가게 주인도 아니고 일개 일꾼임에도 불구하고 정주영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가게를 장악해 나갔다.

훗날 복흥상회의 업무량이 너무 늘어나자 주인 어른은 결국 가게를 정주영에게 넘기게 된다. 어차피 주인 어른은 아들이 개차반이라 골치 아파서 가게를 접을 생각도 있었다. 쌀가게의 진짜 주인이 된 것이다. 이때 복흥상회를 인수할 자금도 평소 정주영을 눈여겨 본 사채대부 오윤근 어른이 빌려준다.

다시, 돌아가서. 정주영은 사실 자전거를 탈 줄 모르면서도 '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거짓말을 하고 복흥상회에 취업하였다. 일단 취업은 하고 봐야 했기에 일종의 취업 사기를 친 셈이다.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밤. 정주영은 배달 심부름 하나를 맡게 된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르니 곤욕이었다.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정주영은 수십 번 넘어졌다. 그러는 과정에서 실제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정주영은 이렇게 말했다.

"결국 자전거를 실제 탈 수 있게 되었으니 취업사기는 아니지 않소?"


복흥상회 취업 전 잠시 인천 부두에서 막일을 할 때. 정주영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당시 막일꾼들은 하루치 일당을 받으면 그날 술값으로 탕진하고, 남은 돈은 그 마저도 노름으로 날렸다. 

하지만 정주영은 막일로 버는 돈을 꼬박꼬박 모았다. 그리고 늘 책을 읽었다. 왜냐하면 정주영은 자신의 인생을 막일꾼에서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 정주영의 가슴과 이상은 늘 미래를 향해 있었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있었다. 가진 것이 없고 어두웠던 시절 정주영의 미래를 보여주는 유일한 창은 책이었다. 책을 통해서 꾸준히 쌓아 둔 막대한 지식과 지혜들은 정주영의 삶을 개척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책을 읽는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들 중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영상은 찾지 못했지만 몇가지 에피소드가 더 있다. 정주영은 쌀가게를 정리하고 손에 약 천 원의 돈을 손에 쥐게 된다. 자동차 수리점이 돈이 된다고 해서 시작하려는데 천 원으로는 자금이 너무 모자랐다. 정주영은 오윤근 어른에게 찾아가 거금 3천 원을 빌린다. 오윤근 어른은 돈이 더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다. 오윤근 어른은 정주영에게 차용증도 받지 않았다. 그저 정주영의 몸뚱아리와 신용만 믿고 돈을 내주었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정주영의 자동차 정비회사인 아도서비스 사업은 꽤 잘 되었다. 그러나 화재로 전소되고 만다. 이때 정주영은 도저히 일어설 답을 찾지 못하다가 뻔뻔하게도 다시 오윤근 어른을 찾아간다.

"자네 전에 빌려간 3,000원도 갚지 못하지 않았나?" 오윤근 어른이 이렇게 묻자 정주영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어르신이 일전에 빌려주신 3,000원에 이자까지 받으시려면 제가 다시 사업을 할 수 있게 돈을 빌려 주셔야 합니다. 아니면 저는 여기서 그냥 망하는데, 어르신께 돈을 갚을 방법이 요원해집니다."

오윤근 어른은 곧장 정주영에게 회생할 자금을 내 주었다.

다시 타임머신을 저기 미래로 이동해서. 꽤 큰 기업을 일군 정주영은 이제 정계와 줄도 있었고,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사의 수장이 되어 있었다. 정주영은 텅텅 빈 황무지를 보면서 늘 뚝딱뚝딱 공장이 돌아가는 상상을 했다. 한강을 보면서는 '독일 라인강? 웃기고 있어. 우리 한강이 더 대단한 강이야' 하면서 한강에 건물이 빽빽하게 늘어선 모습을 상상했다. "라인강의 기적? 우리라고 못해? 우리도 해보자 한강의 기적!"이라고 외치며 직원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2022년 11월 3일
송종식


2021년 12월 17일 금요일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것

Unsplash@cmhedger

텔레그램과 유튜브를 자주 이용하다보니 이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자주 들린다.

"종식이형 덕분에 주식투자 제대로 배웠습니다. 이젠 주린이를 벗어나서 스스로 투자하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사실 뭘 바라고 블로그며 텔레그램이며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스스로의 공부와 생각정리 차원이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방문해서 몰랐던 것을 얻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 다음이다. 그래도 일말의 사명감이 없지는 않기 때문에 투자와 관련된 글을 쓸 때는 꽤 신경을 써서 쓰는 편이다.

그냥 그런 느낌 정도로만 블로그와 텔레그램 같은 것을 운영했다.

그런데 텔레그램과 유튜브는 양방향 소통이 된다. 그러다보니 위와 같은 감사의 메시지를 많이 받게 된다. 최근 들어서 유독 저런 메시지를 많이 받는데, 큰 보람도 느끼고 기분이 아주 좋다.

그리고 저렇게 메시지를 보내 주시는 분들을 일일이 기억하고 곱씹게 되고 나 역시 저렇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분들께 역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반대의 사람들도 있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이미 시장에서 한참동안 굴러다니고 있기 때문에 누가 언제쯤 시장에 진입했는지, 누가 언제쯤 주린이였는지, 또 그 사람이 언제쯤부터 실력이 일취월장 했는지 어렴풋이 지켜보며 알고들 있다.

그리고 물론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누구의 글과 말로 배웠는지, 누구를 특히 좋아하고 따라하려 했는지와 같은 것들도 이미 시장에서 오랫동안 굴러먹고 있던 사람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다.

입문자 누구나 한 1~2년이나 3년쯤 열심히 하다보면 풍월은 읊을 정도가 된다. 그래서 그들도 귀여운 병아리 시절의 털을 벗겨내고 제법 남들에게 투자 조언도 하고 자기만의 철학을 하나씩 만들어 가면서 글도 쓰고 시장에서 남을 가르치는 입장에 조금씩 서게 되는 것을 많이 지켜본다.

그런 것들은 한 사람이 훌륭한 투자자가 되어가는 과정이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물론 즐겁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사람들 중 일부의 태도다.

아무것도 몰라서 망망대해에서 떠돌때는 'OO님 존경합니다.', 'OO님 오늘도 많이 배웠습니다.' 하면서 감사함은 물론 심지어 존경심도 마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는 머리에 뭐가 좀 들어가고 이제 이 바닥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고 '내가 원래 낸데?'하면서 안면을 몰수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한테 배운거 하나도 없는데?'
'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투자자인데?'
'아 그 사람? 그 사람 손절했는데, 배울거 하나도 없던데?'

하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스승들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아주 많이 본다.

종목을 찍어주는 것 보다는 주식투자의 근본 원리와 철학, 토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답을 그냥 알려주는 사람보다는 왜 그런 답이 나오는지 과정을 알려주는 사람이 진정한 스승이다.

'스승이 없이는 너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들은 참 스승이 아니다. 평생 당신을 이용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진정한 스승은 한 사람이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가감없이 알려준다.

투자나 프로그래밍과 같은 것은 한번 배우면 평생에 걸쳐서 써 먹을 수 있다. 또한 내 삶의 질을 바꿔 줄 강력한 무기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그런 것을 가르쳐 준 스승들에게 밥은 한번 못 사고, 따뜻한 감사의 말을 나누지는 못할 망정, 이제와 그 사람은 필요없다며 안면을 몰수하고 말을 바꾸고 등 뒤에서 칼을 꽂지는 말자.

사람들은 모두 눈과 귀가 있어서 말은 하지 않지만 다들 유심히 보고 들으며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수집, 인지하고 있다.

감사함을 표할 줄 아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잘될 것이다.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도와주려는 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갈수록 고립될 것이다.

난 이미 많이 배우고 깨우쳐서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저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글쎄.. 아직 아닐걸..'인 케이스가 더 많은 것이다.

그리고 살다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태도가 나빴던 사람들은 그동안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칼을 하나씩 꽂을 것이고, 태도가 좋았던 사람들은 도와주려는 손길이 더 많은 것이다. 누구든 삶의 굴곡은 있다. 살다가 크고 작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순간도 오고, 손하나가 아쉬운 시기도 반드시 온다.

문득 나도 주린이 시절에 검은 건 글씨요, 하얀건 종이라고 가나다 좀 뗐다고 투자모임에서 잘난체 하고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이미 나보다 훨씬 더 먼저 높은 고지에 올라가서 나를 지켜보던 선배들은 나를 어떻게 봤을까 싶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그렇지만 그런 용기 덕분에 나도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태도가 엉망인 사람들과 나의 차이점은 나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혜택을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은 1mg도 잃지 않고, 또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나 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준 여러 스승님과 선배들에게 늘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감사할 것이다.


2021년 10월 5일 화요일

자기직업에 진심인 사람들

오늘따라 이상하게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분들을 연달아 만났다. 오늘 무슨 날인가?

KB손해보험 긴급출동서비스


새벽 일찍 부산행을 하기 위해서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배터리를 교체한지 오래되어서 수명이 다 될때가 되었다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아예 배터리 교체를 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가입한 보험사인 KB손해보험의 긴급출동서비스를 이용하였다. 그런데 너무 이른 새벽이라 상담원 통화는 불가능하였다. AI 접수만 가능하였는데, 항목 중에서는 배터리 교체 항목은 없고 배터리 긴급 충전 항목만 있었다. 일단 그걸로 긴급출동서비스 신청을 하였다.

서비스 호출을 한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담당 직원분이 오셨다. 내 차량에 들어가는 사이즈의 배터리는 현재 재고가 없어서 충전만 가능하다고 했다. 

차가 밀리기 전에 출발해서 부산까지 가야하는데 어쩌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어쩔 수 없지만 일단은 시동을 절대 끄지말고 부산까지 내려간 다음에 부산에서 배터리 교체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연신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되레 내가 더 미안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새벽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말과 행동에서 즐거운 에너지가 샘솟는 분이셨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교체를 못 해준다는 미안함에 여러가지 지식과 상식도 알려주었다. 특히, 배터리 사진을 찍어두면 편리하다고 해서 내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 사진을 찍어 두었다. 그리고 그분이 알려 준 상식과 사진으로 남겨둔 배터리 사진은 나중에 부산에 내려가서 큰 도움이 되었다.

만나며, 헤어지며 인사성도 너무 좋으셔서 나 역시 그분께 90도로 숙여가며 감사하다고 연신 감사하다고 하였다. 그분도 몇번이고 불러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일단 나는 부산으로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기름이 얼마 없었다. 시동을 걸고서 기름을 넣고 가야했지만, 주유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무의식중에 차량의 시동을 꺼 버렸다. '아차!' 싶었다. 곧장 다시 시동을 넣어봤지만 역시나 배터리 방전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기름을 넣으면서 다시 KB손보 긴급서비스를 호출하였다. 호출하자마자 곧장 방금 그분이 다시 오셨다. 내가 실수로 시동을 꺼 버렸다고, 너무 죄송하다고 하자. 그분은 넘치는 에너지와 밝은 표정으로 괜찮다고 했다. 인사성도 좋으시고 친절하셨고, 에너지가 너무 넘치셔서 나 역시 절로 흥이났다.

기름도 다 넣었고 배터리 긴급충전도 했다. 그리고 긴급출동서비스 기사분과도 다시 헤어짐의 인사를 했다. 서로 너무 인사성이 좋아서 계속 발을 떼지 못하며 돌아보고 인사하고 돌아보고 인사하고 했다. 상황이 조금 웃겻다.

그분이 자기가 몰고 온 차량에 타면서, 이렇게 인사를 하길래 깜짝 놀랐다.

"부산 잘 다녀오십시오 형님. 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객님'도 아니고 '형님'이라는 표현에 정말 너무 깜짝 놀랐다. 그리고 '또 뵙자'는 표현도 놀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일을 시작하신지 얼마 안되시는 것 같았다. 새롭게 구한 직장이라 그런지 더 흥에 겨워서 일하시는 것 같았다. 그분이 부디 지금과 같은 초심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그렇게 자기 일에 진심이고 최선을 다해서 잘 해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갑질하는 손님도 없었으면 싶은 마음이 있었다.

KB손해보험 마두동 주택가 담당하시는 긴급출동 기사님, 정말 친절함과 열정에 존경심이 들고 나도 힘이 났다. 이 정도 싹싹함과 친절함 그리고 인사성과 열정을 갖고 계신 분이니 꼭 잘 되실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꼭 잘 되시면 좋겠다.

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 지하 1층 빵집


베이커리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는데 조금 큰 빵집이 있었다. 케이크도 팔고, 빵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파는 곳이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먹고 나가려고 했다.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구석에 의자없는 테이블이 하나 있길래 나는 그 테이블에 짐을 풀고 무릎앉아를 한 채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나는 어릴 때 부터 잡초처럼 자랐다. 그래서 길바닥 어디에 던져 놓고 잠을 자라고 해도 잘 자고, 개밥을 던져줘도 맛있게 잘 먹는다. 그래서 별로 환경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은 없다. 그래서 테이블이 있음에 감사하고 의자가 없는 건 전혀 개의치 않고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때, 우리 어머니 또래 정도 되시는 직원 분 께서 유아들이 앉을 때 쓰는 높은 의자를 갖다 주셨다. 꽤 무거울 텐데 그걸 어디선가 들고 오신 것이다.

"불편하실텐데 여기라도 앉아서 드셔요. 의자가 모자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에? 나는 의자가 없어도 상관없는데 굳이 이렇게 애써서 챙겨 주셔서 감사했다. 유아용 의자라 높기도 하고 내가 앉으면 모양새가 우스꽝스러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가져다 주신 분의 정성을 생각해서 거기 앉아서 또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냠냠 먹고 있었다.

이번에는 같은 빵집의 젊은 남자분이 어디선가 의자를 구해 오셨다. 아 나는 정말 괜찮은데 그렇게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미안했다. 게다가 그 빵집은 작은 빵집도 아니었고 손님도 많았다.

직원분들의 세심한 배려와 열정에 감탄했다.

나는 의자를 갖고 온 젊은 남자 직원분께 말했다.

"이렇게까지 안 챙겨 주셔도 되는데요. 힘드실텐데. 어쨌든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이렇게 인사를 건넸더니 오히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활짝 웃으면서) 아닙니다. 제가 원래 해야할 일인걸요."

베이커리 직원분들 업무에 멀리에 있는 의자를 구해서 손님 앉으시라고 가져다 주는 업무가 있는 줄 모르겠다. 하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하니 정말 멋있어 보였다. 굳이 누가 정해 준 일이 아니라도 그렇게 선도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롯데백화점 동래점 지하 1층 빵집 이름이 기억은 안나지만 거기서 일하는 분들의 밝고 환한 표정과,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손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할 줄 아는 태도를 보고 나도 많이 배웠다.

부산 총알밧데리


기름을 빵빵하게 넣고 부산까지 달렸다. 휴게소에서도 시동을 끄지 않은 채 부산까지 여차저차 도착했다. 일단 부산 여기저기에서 볼일을 보고 호텔에 도착했다. 비로소 마음놓고 시동을 껐다. 430km를 넘게 달려와서 처음으로 시동을 끈 것이다. 그리고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업체를 몇 군데 찾다가 '총알밧데리'라는 상호를 달고 영업하는 곳을 찾았다.

전화를 걸었다. 현재 다른 곳에서 작업 중이라 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내가 있는 곳 까지 거리가 꽤 먼 곳인데도 출장이 가능하고 심지어 24시간 언제든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부산 어디에서 부르든지 출장비도 안 받는다고 했다. 그게 업계룰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감과 친절함이 좋아서 바로 여기에서 배터리를 교체하기로 했다.

객실에서 쉬고 있는데 배터리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내려갔다. 통화로도 느꼈지만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분이었다. 내 차에서 먼지가 소복히 쌓인 늙은 배터리를 빼내고 새로운 배터리를 넣어 교체했다.

배터리 교체 과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 티키타카를 더 많이 했다. 배터리 관리에 관한 팁을 들었고, 차량 관리와 관련된 팁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수도권에서의 생활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 분은 부산여행을 할거면 뻔한 해운대 같은 곳 말고 영도에 한번 가보는 것을 추천했다. 

배터리 사장님의 추천으로 다녀 온 영도, 영도에서 바라 본 바다
<사진 : 송종식>

그런식으로 즐거운 이야기를 끝내고 서로 헤어졌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도 넘치는 분이었을 뿐 더러, 배터리 교체를 하면서 가격에 대한 부분도 정직하게 제 값을 받으셨다.

어차피 요즘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관련 정보와 시세들이 주르륵 나오니 값을 후려치거나 사기치기도 힘든 시대다. 그러나 그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분야나 소비자들의 눈탱이를 치려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그러나 이분은 약속 시간도 잘 지키셨고, 작업도 최선을 다해서 해주셨고, 비용도 정직하게 받으셨다.

부산에서 배터리가 방전돼 교체가 필요하다면 '총알밧데리'를 추천한다. 전화번호는 010-3084-4748이다. 전화 한통이면 어디든지 출장을 온다. 절대로 광고가 아니다. 이 블로그에 누가 광고를 하겠나. 그리고 광고도 필요없는 업종이다. 그냥 내돈주고 내가 고친 부품이고, 워낙 일처리를 잘 해주셔서 다른 분들게도 꼭 추천하고 싶었다. 나도 이분처럼 내 일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 싶었다.

어떤 도로에서


예전에 어떤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나는 운전할 때건 언제건 내 인생을 쥐고 흔드는 정도의 것이 아니면 대부분 남에게 먼저 양보를 한다. 특히, 운전할 때는 항상 남을 먼저 보내주고, 내가 나중에 가자는 마인드로 운전을 한다. 

그리고 경적도 거의 쓰지 않는다. 남에게 작은 불쾌감을 주거나 두려움을 주는 행위를 극도로 조심한다. 바꿔 말하면 내가 그런 대접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많은 운전자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 마음이 급하고, 먼저 가려고 하고, 사정없이 경적을 휘갈긴다. 진짜 무슨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나 싶을 정도로 도로위에서 마음 급하고 난폭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보통은 다른 차량에서 느끼는 양보심이나 배려심이 거의 없다. 보통 차량 10대 중 1대 있을까 말까?

그런데 오늘은 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갓길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있었고 저쪽 도로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길을 지나야 했다. 

내가 그 도로에 진입하려고 하자 저쪽에서도 마침 차량이 들어왔다. 

이런 경우에 보통 나는 앞에 나타난 차가 먼저 지나가라고 내가 좀 기다리며 양보를 해준다. 이럴 때 내 뒤에 따라오는 차는 대부분 나를 추월해서 비좁은 길로 진입하다가 마주오는 차와 마주보고는 오도가도 못하거나 다시 후진을 하게 된다. 아니면 상대 차량을 밀어 부쳐서 후진을 하게 만들거나. 그런 상황들이 정말 별로다.

어쨌든 저기 마주 오는 차도 양보심이 장난 아니다. 나보고 먼저 지나가라고 기다리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살아 생전 이런 차는 나 말고 처음봤다. 

서로 한참을 기다렸다. 그 차량도 나를 배려한다고 안 움직이고, 나도 저쪽을 배려한다고 안 움직였다. 서로 움직이지 않는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다. 누가누가 양보를 잘 하나 버텨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차량도 만만치 않았다.

10초가 넘어가자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내가 먼저 도로에 진입했다. 그리고 그 차가 가까이 오자 나는 손을 흔들고, 비상등을 켜서 감사 표시를 했다. 세상에 나보다 더 양보를 잘 하는 차를 보았다. 운전을 10년 넘게 하면서 처음 마주한 현상이다.

오늘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에너지가 넘치고, 인사성이 좋으며,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태도 좋은 분들을 잔뜩 마주했다. 

오늘 마주한 분들의 태도라면 나중에 무얼해도 잘 되시지 않을까 싶었다. 

나도 오늘 하루 만나뵌 분들에게서 많이 배웠다. 내가 요즘 태도 타령을 많이 하는데, 나 역시 태도 부분에서 더 성장해야 하는 부문이 많다. 그래서 내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며 반성하고 내 잘못된 태도들을 점검하며 상기해 본다.


2021년 9월 27일 월요일

장사하는 사람의 태도 (손님은 걸레짝?)


점심시간이라 식당엔 손님들이 많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즐기는 직장인 손님들도 꽤 있었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나는 가게 맨 구석에 딱 하나 있던 2인석에 자리를 잡았다(이 가게는 기본테이블이 4인석이다).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급하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죄송하지만 옆으로 한칸 더 들어가 달라는 주문이었다. 점심시간이니 단 한 자리라도 더 효율적으로 돌려서 돈을 벌고자 하는 마음은 잘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맨 구석의 작은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혼자서 다인석을 잡고 앉아 있으면 민폐임을 아니까. 

나의 그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내가 더 깊숙한 테이블로 이동하길 요구했는데 그 테이블은 내가 보기엔 못 쓰는 테이블인 줄 알았다. 

걸레인지 수건인지 모를 청소도구들이 세탁된 채 주렁주렁 널려 있었기에. 그런 자리에 앉으라니 기분이 몹시 나빴다. 그래도 식당이 가장 바쁜 시간이고 나만 참으면 그만이니 밥만 빨리 먹고 그 가게를 뜰 생각이었다. 

내 손으로 의자와 테이블에 널려 있는 말린 걸레 같은 걸 일일이 치웠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서 밥을 기다렸다. 잠시 후에 밥이 나왔다.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내 자리를 쳐다 보셨다. 물론 내 자리만 쳐다본 건 아니었다. 손님들이 가급적 밥을 빨리 먹고 자리를 비워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테이블 회전에 목숨을 건 눈빛이라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손님을 케어해 주기 위한 눈빛은 아니었다. 너무 눈치가 보여서 밥을 코로 마시듯이 위장으로 마구 쏟아넣고 나왔다. 

사장 아주머니는 계산대에서도 최악의 태도를 보여 주셨다. 내가 결제를 하겠다고 서서 기다리는데도 명품백에 든 현금을 세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팀에서 현금 결제를 하고 갔고 가방에 모아 둔 현금과 계산을 하기 위함이었나보다. 

돈을 다 세셨는지 사장님은 내 카드를 낚아 채듯이 가져가서는 결제 후 카드를 손에서 손으로 전해주는게 아니라 결제테이블 위에 던지듯이 휙 놓았다. 

나는 너무 화가 났지만 이 자리를 뜨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안녕히 계세요"라는 인사를 하며 도망치듯 가게에서 나왔다. 그 사장님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다음 업무를 위해 자리를 바삐떴다. 

식사비가 싼 것도 아니고 공짜로 밥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참담한 기분을 느껴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 여사장님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파는게 아니라 손님들을 돈 복사 기계 정도로 보는 사람이었고, 짧은 인상에서 돈미새(돈에 미친 새x) 냄새가 강하게 났다. 

앞으로 그 가게는 두번 다시 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동네에 놀러오는 손님 접대도 종종 하는 편이다. 단골을 트면 손님들을 많이 몰아 주는 편인데, 그 가게는 아웃이다. 불쾌함이 가시지 않아서 아까 먹은 점심을 토할 것만 같다. 

* 지나친 돈미새가 되레 돈과 멀어지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위의 사례: 손님이 떨어져 나감.


2018년 3월 7일 수요일

크게 성공한 전업투자자 집단과 1:2:7 법칙, 끈기와 성실의 법칙, 디테일의 법칙

1
통계치는 매번 변하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산출하는 건 어렵지만 국내 주식 투자자의 숫자는 400만~550만 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70%는 손실을 냅니다. 20%는 본전치기 장사를 하고, 10%는 수익을 내는 투자자입니다. 상위 1%는 꽤 의미있는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이고 0.1%는 소위 말하는 '슈퍼개미'들입니다.

2
저는 전업투자자입니다. 단타는 안칩니다. 기업 분석에 에너지의 대부분을 쏟습니다. 거시적인 부분도 안 보지는 않지만, 기업 자체를 분석하는데 대부분의 자원을 쏟습니다. 회사와 전화 통화도 하고 탐방도 자주 다닙니다. 550만 명이 주식투자를 합니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투자자가 아닙니다. 저마다 수준도 다르고, 운용 자금 규모도 다르고, 투자 철학도 다릅니다. 가치투자자들끼리도 철학이 엇갈리고, 전업투자자도 똑같은 전업투자자가 아닙니다. 천차만별입니다. 한국인이라고 모두 똑같지 않듯 전업투자자도 모두 다릅니다.

3
운이 좋아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전업투자자 네트워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인연도 생기고, 이제는 친한 형동생도 꽤 생겼습니다. 나이대는 대부분 20~40대입니다. 젊습니다. 대부분 부모님이나 본인이 원래 부자가 아니었던 자수성가형 투자자들입니다. 대부분 몇천만원 수준으로 시작해서 몇십억 내지는 몇백억대 자산을 만들어 낸 사람들입니다. 전업투자자들끼리는 자산 규모 10억을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규모로 봅니다. 10억 있는 사람을 '가난하다'고 해버릴 정도로 자금 규모도 상당합니다. 일단 10억을 찍기 전까지는 정말 미친듯이 공부하고 투자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한명 찾기도 힘든 수백억대 부자들이 즐비하고, 서로서로 형동생하면서 교류합니다.

4
그들은 숨어 있습니다. 직장인들 눈에는 절대로 띄지 않습니다. 가끔 국세청에서 조사를 한다고도 하는데, 오로지 건전한 투자로만 돈을 벌었기 때문에 국세청에서도 꼬투리 잡을게 없다고 합니다. 생활은 자유롭고, 해외 여행도 자주 나갑니다. 성공한 투자자들끼리는 말합니다. "무한대의 자유를 누리는 전업투자자가 대통령보다 좋은 직업이라고."

5
이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 온 환경도 다르고 투자 방법도 조금씩 다릅니다. 성격도 다르고, 생활 패턴도 조금씩 다릅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비단, 주식투자 뿐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다른 분야의 성공하신 분들도 비슷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제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6
먼저, "끈기와 성실"입니다. 실패한 투자자, 아직 투자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투자자, 부에 대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말합니다. 성공한 사람만 조명하니 확률상 문제가 있는 이야기들이라고요. 또, 심지어 동전 던지기 이야기도 합니다. "전국민이 동전 던지기 대회를 해서 앞면이 나오는 사람이 우승한다고 했을때, 누군가는 우승하지 않겠냐? 투자로 성공한 사람들도 그런 우연한 확률에 지나지 않는다." 저는 이런 이야기에 반대합니다. 성공하고 나서 이들 집단에 합류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합류해서 크게 성공하는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550만 명 중에서 이 집단에서만 유독 성공하는 사람 비율이 높은게 고작 '우연의 일치'일까요?
기본적으로 이 사람들은 성실하고 끈기가 있습니다. 기업을 분석하다가 무언가 확인할게 나오면 1채널만 확인하는게 아니라, 2채널, 3채널, 될 수 있으면 4채널, 5채널로 확인합니다. 방대한 양의 공부를 하고 구두 뒷굽이 닳을 정도로 발로 뛰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남들보다 그 회사에 대해서 훨씬 잘 알게 되고, 더 큰 숲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응도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 회사 투자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이 회사에 대해서 잘 안다'는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독하게 공부합니다. 끈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떤 분야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해보다 안되면 맙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은 될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독종 근성들이 있습니다.
스팀잇을 보더라도, 조금 끄적거려보다가 '고래들이 담합하네', '돈 안되네' 하면서 중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다른데가서 뭘 하더라도 딱 그 정도 인생만 사실거라는데 제 손목을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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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에 뛰어 납니다. 거시적인 안목은 어린 학생들도 가질 수 있습니다. 큰 통찰은 거시적인 면에서 나오는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조금만 사유하고 독서력을 기르면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거시적인 통찰은 진입 장벽이 낮아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테일은 다릅니다. 여러분이 개발자, 디자이너 또는 건축가나 영상제작자라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 고수와 중수의 결정적 차이는 디테일에서 나옵니다. 속된 말로 회사 숟가락 갯수까지 챙기는 사람은 무조건 돈을 번다고 보는게 주식판입니다. 회사 비지니스와 관련된 디테일은 물론이고, 관련 법률이나 인사와 행정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두른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떤 투자자는 투자하는 회사 옆에 원룸을 얻어놓고 매일 그 회사 구내 식당으로 출퇴근하면서 직원들과 친해지고 회사의 변동사항을 정말 꼼꼼하게 챙겼다고 합니다. 그런 일화는 너무나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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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법칙. 세상 어떤 분야든지 소위 말해 '밑바닥에 깔아주는 70%'의 인간들은 늘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노력하거나, 조금만 신경 쓰면 이 70%의 사람은 무조건 제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위 30% 안에서의 싸움입니다. 주식투자를 예로 들면 상위 30%안의 사람들은 차트 책도 보고, 재무와 회계책도 보고, 현인들이 쓴 투자 고전도 보고, 버크셔헤서웨이 연차 보고서도 읽습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을 하며 어지간한 투자 철학은 시간이 갈수록 갖추게 됩니다. 문제는 상위 10%, 상위 1%, 상위 0.1%인데.. 여기의 사람들은 천상계 사람들로서 생각과 행동, 사고방식이나 사물에 접근하는 시각 자체가 다르고 상상을 초월합니다.
얼마전에 전업투자자인 어떤 동생은 골판지 회사가 연휴에도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한밤중에 골판지 회사 공장들을 돌면서 굴뚝에 연기가 올라오는지도 체크하고 왔다고 합니다. 며칠전에 골판지 회사들 실적이 대박을 쳤지요? 또 다른 어떤 동생은 아예 회사에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산업 리포트와 통계청 사이트를 뒤져서 엑셀에 통계를 조합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코드를 만들고, 통계 자료를 분석하고, 신문 기사와 논문을 찾는 것은 누구나 하는 것 입니다. 그 정도는 상위 30% 안에 들어가려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것입니다. 상위 1%, 0.1%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이 정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차차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3월 4일
송종식 드림